`사점(死點)`이라는 운동생리학 용어가 있다. 말 그대로 곧 죽을 것처럼 괴로운 순간을 일컫는다. 영어로는 `데드 포인트(Dead Point)`. 그러나 그 단계를 넘기면 괴로움은 사라지고 절정의 쾌감 상태에 도달한다.
배우 김명민은 그 순간을 `마약`과도 같다고 했다. 한번 맛을 들이면 중독성이 강해 웬만해선 헤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에겐 연기가 달리기다. 배우로 살며 무수히 많은 `사점`을 겪어냈다는 그는 어느 순간부터는 멈춰 서게 되질 않았다고 말했다.
직업부터가 마라토너인 새 영화 `페이스 메이커`(감독 김달중)에선 자기 학대가 더했다. 평생 다른 누군가를 위해 30km까지만 달려온 페이스 메이커 주만호. 어렸을 땐 하나뿐인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뛰고, 성인이 되어서는 성공한 동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달린다. 자기 자신은 없는 반쪽짜리 마라토너. 평생을 다른 이의 등을 보고 달리는 그의 모습은 처절하고 애달프다.
“저도 배우로 완주를 못하고 30km 지점에서 포기하려던 때가 있었어요. `충무로의 대재앙`으로 불리는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후 3년간 돈줄이 막혀 준비 중이던 작품이 줄줄이 엎어졌죠. 2002년 `스턴트맨`은 85%를 찍고, 나머지 15%가 완성이 안 돼 개봉을 못 했는데, 그 영화 찍으며 오토바이에 다리가 깔려 지금도 과격한 운동을 못해요. 다 포기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려던 순간, `불멸의 이순신`을 만났죠.” …
김명민은 자신이 그러했듯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페이스 메이커일 수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받거나 성공한 2%의 승자를 위해 살아가는데, 그들도 언젠가는 일인자가 될 수 있다.” 김명민이 `페이스 메이커` 주만호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다.